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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비장함에 위트까지 살려…K뮤지컬 새 지평 열다

[리뷰 뮤지컬 '스윙 데이즈']

대중적 감수성·역사관 균형 갖추고

'007시리즈' 연상시키는 배경음악

탄탄한 각본으로 관객몰입도 높여

배우 유준상이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연 예술에서 일제시대와 독립운동 이야기는 비교적 다루기가 까다로운 소재로 통한다. 독립운동과 애국지사 서사를 흥미롭게 다루기 위해 오락적 요소를 가미할 경우 ‘가벼운 역사 의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정면으로 다뤄 비장해질 경우에는 관객이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관객의 호평 속에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본격적을 공연을 시작한 ‘스윙 데이즈_암호명A’는 의미와 흥미라는 대중적 감수성과 톤 조절에 성공하며 역사물, 창작 뮤지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윙 데이즈’는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숨겨진 독립운동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그의 독립운동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졌으며 그가 사망한 지 20년이 지난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배우 신성록과 이지숙이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민우혁이 26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뮤지컬은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모든 것을 다 던지고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과정과 그 심리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유일한은 극 중에서 유일형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유일형은 미국에서 성공을 한 사업가로 이미 독립군에게 거액의 군자금을 지원하는 등 독립운동을 해왔다. 후방에서 독립을 지원하던 그는 OSS(美 CIA의 전신)의 스파이가 돼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 암호명 A라는 명칭을 부여받고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도둑처럼 해방’이 왔다고 할 정도로 누구도 1945년 8월 15일에 해방이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바로 그 해 유일형은 어린 소년들이 징집돼 전쟁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미국에서 들었던 식민지의 현실과 실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 친구가 야스오 형사가 돼 자신의 행적을 뒤쫓자 충격에 빠진다.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된 끝에 유일형은 직접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된다.



배우 정상훈이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에서 배우 신성록과 성기윤, 고훈정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일형이 비밀 독립운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골격 속에 유일형의 중국계 미국인 약혼녀 의사 호메리, 유일형을 자각하게 하는 베로니카, ‘웃음 담당’ 고향 친구 황만용 등이 극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제이슨 하울랜드의 음악은 뮤지컬에 대한 공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007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느와르적 넘버를 비롯해 나라를 잃은 이들의 깊은 슬픔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절제된 음색과 감성으로 표현한 배우들의 가창력도 관객들 사이에서는 찬사를 받았다. 한국 첫 ‘천만 영화’ ‘실미도’의 김희재 작가가 집필을 한 만큼 영화적 상상력이 무대에 발휘돼 ‘뮤지컬 영화 재현한 듯한 뮤지컬’이라는 호평도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출연진 등을 소개하는 엔딩 크레디트에서는 기발함에 탄성과 미소가 절로 나온다.

11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프레스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개최한 프레스콜에서 유일형 역을 맡은 3명의 배우들은 실제 공연을 하듯 주요 장면을 시연하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준상은 “스윙데이즈는 그간 대한민국의 창작 뮤지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작품, K-뮤지컬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우혁은 “나라를, 가족을 사랑하는 여러 형태의 사랑이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내년 2월 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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