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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전쟁, 통화로 확전…'위안화 굴기' 中과 정면충돌

[공세 수위 높이는 트럼프]브릭스에 100% 관세 엄포

전세계 중앙銀 달러 비중 감소속

위안화는 2.1%로 8년새 2배 증가

결제시장 사용 비중도 4.7% 달해

수출제한·환율조작 벌금 등 검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와 가장 다른 점은 ‘치밀한 준비’를 하고 출범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1기 때 주미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한 당국자는 “1기 때는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조차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선거 유세를 하면서도 일자리를 알아봤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준비 과정에서 1년 넘는 시간을 투입해 공약집 ‘어젠다47’를 만들 정도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목표 달성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트럼프가 11월 30일(현지 시간)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브릭스·BRICS)를 정조준한 것도 이미 준비된 발언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4월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경제팀이 대선을 한참 앞둔 시점임에도 신흥국들이 달러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해당 국가에 수출제한, 환율 조작 벌금, 관세 등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브릭스의 탈(脫)달러화 움직임을 겨냥한 다양한 조치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자신도 선거 기간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밝혀왔으며 올 3월 CNBC 인터뷰에서는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이는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탈달러화 움직임을 보이는 브릭스에 관세 폭탄을 예고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방치하면 국제통화 시장에서 달러화의 지위가 급속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트럼프가 이날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미국이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못 박은 것은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은 2016년 2분기 65.2%였지만 올해 2분기 58.2%로 줄었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비교 가능한 2016년 4분기 1.08%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 2.14%로 2배 증가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국제결제 시장에서의 위안화 사용 비중도 올 7월 4.74%로 1년새 1.65%포인트 늘어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0년 9월까지만 해도 1.97%로 2%가 채 안 됐지만 4년이 안 돼 2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엔화를 제치고 4위로 뛰어오르는 등 급속도로 세(勢)를 불리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달러화를 대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도 트럼프가 경고장을 날린 이유로 지목된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1월 5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사우디는 중국과의 원유 거래에서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중국과 브라질은 지난해 3월 양국 무역 및 투자에서 위안화와 헤알화 등 서로의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아르헨티나도 중국산 수입 제품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6월 러북 정상회담에서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하며 러북 무역에서 루블화 결제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고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도 달러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달러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브릭스 회원국뿐 아니라 신흥국 사이에서도 ‘달러의 무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도 트럼프가 나선 배경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했고 무역에서 달러화를 주로 쓰던 러시아는 달러화에 대한 접근 통로가 좁아지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지켜본 신흥국들도 무역 결제 등에서 달러화에만 의존할 경우 러시아와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고 판단, 달러 이외 통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관세 및 무역 전쟁이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통화로까지 전선이 넓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져 온 미국 중심의 ‘1극 체제’가 지난 몇 년간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제조업·반도체·첨단산업 등 전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예고하고 있으며 달러화의 지위도 다시 공고히 다진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10여 년간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던 중국과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 미중 패권 경쟁이 관세, 무역,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과 군사 분야를 넘어서 이제는 통화로까지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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