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입법·탄핵에 이어 예산 폭주까지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통령실과 검찰·경찰·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을 포함해 총 4조 1000억 원을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부득이하게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내일 국회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감액 예산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삼권분립 원칙을 흔드는 행위다. 헌법은 정부에 예산 편성권, 국회에 심의·확정권을 각각 부여해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안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이 ‘감액’이란 꼼수를 동원해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력화하는 것은 헌법 질서 흔들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검찰과 감사원의 특활비 및 특정업무경비 전액 삭감은 이재명 대표의 위법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과 문재인 정부의 의혹과 비리 등을 조사하는 감사원 등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어서 ‘방탄’을 노린 입법권력 남용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야당의 정부 예산 편성권 침해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 조치로 급변하는 대외 경제 쇼크에 대한 능동적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로 고통 받는 취약 계층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이 더 늦어질 것도 자명하다. 검경의 범죄 수사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 재해·재난 대처 능력까지 훼손되는 등 국정 마비에 가까운 혼란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등 포퓰리즘 법안 강행 처리,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도 모자라 예산안까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다수의 폭정’으로 불리는 거대 야당의 끝없는 무리수를 보면서 이 대표가 최근 외치는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진정성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