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대로 가면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연평균 성장률은 5년 단위로 1%포인트 안팎씩 꾸준히 낮아져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기저효과가 강했던 2021년(4.6%)을 제외하면 2% ‘턱걸이’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 전망대로라면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은 각각 1.9%, 1.8%에 그쳐 잠재성장률(2%)을 밑돌게 된다. 기초 체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제의 현주소는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이 내년까지 6년 연속 잠재GDP를 밑돌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에서도 드러난다.
저성장 위기가 커지는 이유로는 내수 침체 장기화뿐 아니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증폭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 리스크’에만 집착해 성장을 짓누르는 구조적 문제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투자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와 비생산적 부문에 쏠린 과도한 부채 등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수출 ‘외날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 안주한 탓에 대외 변수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처지에 놓였다. 11월 수출은 반도체 호조 덕에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증가율은 1.4%로 크게 둔화됐다. 앞으로 트럼프의 ‘관세 장벽’이 우리 수출에 본격적인 타격을 가한다면 성장률 감속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려면 안이한 ‘경제 낙관론’에서 벗어나 경제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트럼프 스톰’에 좀 더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은 끝없는 혁신 노력으로 잠재성장률을 우리보다 높은 2.1%로 끌어올렸다.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되살리고 신성장동력을 점화하려면 우리도 단기적 경기 부양 처방에 머무르지 말고 구조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을 과감히 혁파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또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초격차 기술 개발과 우수 인재 육성을 전방위로 지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의 도전과 혁신, 창의를 북돋워야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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