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요양기관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을 일탈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처분을 통해 얻는 공익적 이익보다 요양원이 받는 불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사회복지법인 A종합복지원이 서울시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의 취소 소송에서 올 9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복지원은 경기도 파주시에 B노인요양원을 설치해 운영하던 중 2023년 1월, 입소 생활을 하던 C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23년 2월 11일부터 18일까지 C씨는 요양원의 다른 입소자 2명에게 7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B 요양원은 7건 중 2건의 폭행만을 인지하고 있었다.
노인학대 신고를 접수한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현장 조사 후, 같은 해 6월 C씨에 대한 신체적 및 방임 학대 판정을 내리고 은평구청에 이를 통보했다. 이에 은평구청은 8월 A복지원에 대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근거해 장기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A 복지원은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처분으로 인해 입소 노인들을 전원할 경우 이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복지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요양원은 상당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으며,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돼 입소 정원이 112명이고, 입소 현원도 약 80명에 달한다”며 “요양원 지정이 취소될 경우, 입소자들은 다른 요양기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등의 부담을 지게 되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A 복지원은 이 사건 처분 이전에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고, 이 사건 처분이 확정될 경우 3년간 다시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없어 불이익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해당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해 남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복지원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취한 교육 등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요양원 종사자들이 C씨에게 기본적인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한 방임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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