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 1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지속적인 수출 성장을 위해 기술력 격차 확대에 돌입했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위해 차별화된 기술로 K뷰티의 글로벌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과거에 비해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화장품 신소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점도 기업들의 R&D 강화 근거가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일 지난달 말 기준 국내 화장품 수출액이 93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2021년 기록했던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인 92억 달러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식약처는 “화장품 수출은 2014년 이후 9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며 올해 말까지 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10월 한 달 동안 10억 4000만 달러를 수출한 것을 비롯해 올 하반기 들어 매월 수출액이 8억 달러 이상을 유지해온 추이를 보면 달성이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의 글로벌 규제 완화에다 업계가 우수한 품질, 합리적 가격으로 미국·일본 등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날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중소 수출 업체 간담회에서 “국내 화장품 수출액의 60% 이상을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며 “대·중소기업이 동행하며 수출을 이끄는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50억 달러에 이른다.
관련 업체들은 이제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초격차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금오공대와 함께 업계 최초로 금 나노 막대를 활용한 선케어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5년 말까지 자외선·근적외선을 동시에 차단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선케어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코스맥스는 최근 포항공대(포스텍)와 공동으로 자외선 차단제 전문 연구센터인 ‘UV이노베이션센터(UV Innovation Center)’를 설립했다. 자외선 차단 신소재·신제형 개발로 K뷰티 성장세가 높은 미국 일반의약품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자외선 차단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코스맥스가 현재 진행 중인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산학 협력은 70여 건에 달한다. 코스맥스는 앞서 서울대·단국대 등과도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산학 연계를 통한 기술력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코스메카코리아 역시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및 서울과학기술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신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를 펼쳐왔다.
K뷰티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코스맥스는 미국 하버드대와 중국 푸단대·강남대 등 해외 유수 대학과 공동 연구를 펼치며 연구 역량을 고도화해왔다. K뷰티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가·인종별로 맞춤형 화장품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의 R&D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맥스는 2019년부터 서울대와의 공동 연구센터에 5년간 5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추후 5년간 60억 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콜마도 매출의 7%를 R&D에 투입하고 직원의 30%를 연구직으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오고 있다.
정부 역시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화장품 주요 수출국과 규제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수출 다변화에 맞춰 다양한 국가의 해외 규제 동향 정보를 지속 제공할 것”이라며 “국산 화장품이 해외 수출 시장으로 원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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