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위산업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이 사상 첫 100억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일본도 처음으로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일 발표한 ‘2023년 세계 100대 방산 기업 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그룹,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4개 한국 방산 기업들의 총매출액은 110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매출액 순위에서 9위에 올랐다. 이는 2022년 총매출액 79억 달러와 비교해 39%나 증가한 수치로, 전시 중인 러시아의 매출 증가율(40%)에 이어 2위다. 순위 역시 전년도 10위에서 9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한국 기업을 포함해 세계 100대 방산 기업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구촌 분쟁으로 인해 지난해 4.2% 성장했다.
특히 한국은 일본을 밀어내고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냈다. 일본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가와사키중공업 등 5개 기업이 100대 기업에 포함됐으며 이들 기업의 총매출액은 1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일본도 총매출액이 1년 전에 비해 35%나 증가했지만 한국에 역전을 허용했다.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에서도 ‘K방산’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2022년 1.2%였던 한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1.7%로 올랐고 순위 역시 일본과 공동 10위에서 독일과 공동 9위로 상승했다.
연구소는 한국 방산 기업들의 선전이 국내외 수요 증가와 기업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화그룹은 방산 자회사들을 통합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데 이어 호주·폴란드 등과 K9 자주포 및 장갑차 수출 계약을 대거 체결했다. KAI는 폴란드 경전투기 수출이, 현대로템은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SIPRI는 이들 기업의 수주 잔액이 크게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향후 몇 년간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기준 매출액과 점유율 1위는 미국, 2위는 중국이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와 공동 4위에 오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져 2개 기업만이 순위에 포함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