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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살해하고도 필리핀서 석방된 30대…한국선 '징역 10년' 무슨 일?

필리핀서 아버지 살해한 아들, 7년만에 실형 선고

연합뉴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1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10월10일 필리핀 자택에서 아버지 B씨를 프라이팬으로 가격하고 빨랫줄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중학교 중퇴 후 부모·여동생과 필리핀에서 살아왔다. 성인이 된 후엔 가족과 함께 가게를 운영했다.

사건 당일 B씨는 필리핀 자택에서 개점 준비 중인 식당 인테리어 공사가 지연되자 화가 난다는 이유로 A씨에게 욕하며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아내에게도 "자식을 그렇게 키웠으니 죽어라"라며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위협했다.



A씨는 B씨로부터 흉기를 빼앗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던 중 팔이 베이자 화를 참지 못하고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이후 필리핀 경찰에 체포됐지만 필리핀 사법 당국이 구속 영장을 기각해 석방됐다. 한국 수사기관은 해당 사건을 내사해 2018년 A씨를 기소했다.

재판은 A씨 소재지 문제를 비롯해 국민참여 재판 신청·취소 등 절차가 반복돼 지연되다 지난 9월 시작됐다. A씨는 이 사건 범행을 대체로 시인했지만 필리핀에서 부검했을 당시 사인이 심근경색으로 나온 점을 들어 B씨의 사망과 자신의 행위 사이엔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국내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다. 법의학자들은 필리핀 부검의가 작성한 부검 보고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의학자들은 사망한 시신의 심근경색을 진단하려면 맨눈으로 변화를 확인해야 하고 현미경을 이용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데, 필리핀 부검 보고서엔 조직검사 시행 여부 등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살인에 대한 강한 고의가 있고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행위 자체는 시인하고 있고 피해자가 흉기로 위협하자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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