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올해 처음 열린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지난 1일 막을 내린 가운데 출판업계에서 나온 평가다.
2일 출판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진행된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약 5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책을 읽는 아동들과 만들고 유통시키는 출판계 관계자들이 모두 존재감을 드러난 행사로 평가 받았다.
2022년 한국 작가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는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올해 1회인 만큼 이제부터 만들어갈 정체성이 보이는 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게 느껴진다”며 “다른 도서전과 달리 저작권 수출 협의와 동시에 어린이 독자들이 책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서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 참가자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학습 만화 ‘용선생이 간다’ 시리즈로 유명한 사회평론 주니어에서는 시간 마다 어린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물과 역사 퀴즈를 내며 일종의 ‘골든벨’ 분위기를 연출했다. 저마다 아는 인물이나 역사적 배경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체험을 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아이들이 하나의 커다란 전지에 그림을 그리면서 협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가장 큰 특징은 포장 없이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읽어볼 수 있는 책들이 늘어났다는 것. 아이를 동반한 김지혜씨는 “아이의 독서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드문데 아이가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는 책들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아이들의 우상으로 자리 잡은 백희나 작가는 자신의 출판사인 스토리보울 부스를 차리고 신작인 ‘해피버쓰데이’를 처음 공개하며 사인본을 증정하기도 했다. 이에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신간을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이루고 지난달 30일 진행한 ‘어린이와 판타지’라는 제목으로 한 주제 강연에는 300명이 넘게 몰렸다.
이번 행사에는 190여 개 아동 전문 출판사·단체들이 참가했다. 시범 삼아 부스를 연 출판사들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반응이 좋다는 게 퍼지다보니 출판사들 사이에서 벌써 내년에는 꼭 크게 참여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과 중국 출판사들이 각각 부스를 낸 한편으로 저작권 수출 상담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대만 출판 관계자들이 참여한 저작권 관련 세미나에서는 이수지 작가와 차호윤 작가가 끝까지 참여해 이를 경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운드북 강자인 영국 어스본에서 일하는 안주현씨도 지인인 일본 출판사 관계자와 이번 행사를 찾았다. 안씨는 “일본에서도 한국 아동 도서에 대한 번역 수요가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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