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자동차의 공세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 1위, 세계 2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사상 첫 독일 공장 폐쇄와 함께 임금 삭감,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며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유럽 2위, 세계 4위의 스텔란티스는 급격한 매출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사임을 결정했다. 설상가상 ‘관세맨’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있어 완성차 업계의 고민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피아트·지프·크라이슬러 등 브랜드를 소유한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가 취임 4년여 만에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초 임기는 2026년 초까지였지만 1년 이상 앞당겨 사임하기로 한 것이다. 타바레스는 2021년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CA)와 푸조·시트로앵(PSA)그룹의 합병으로 스텔란티스가 탄생할 때부터 회사를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실적 악화로 논란이 커지자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스텔란티스의 올 3분기 매출은 330억 유로(약 48조 75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7%나 급감했다. 스텔란티스의 위기 신호는 이미 상당 기간 감지됐다. 앞서 스텔란티스는 미국에서 판매량이 줄고 재고가 쌓이자 미국 공장 인력 1100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려는 정부 방침에 밀려 가솔린 및 디젤 밴을 생산하는 루턴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추락세가 완연한 일본의 닛산도 경영 악화로 스티븐 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물러날 예정이다. 닛산은 올 회계연도 2분기(7~9월) 매출이 2조 9900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8% 줄었고 영업이익은 319억 엔으로 84.7%나 급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 회사는 올해 생산 인력 9000명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1996년 북미 닛산에 입사한 마는 2019년 12월 CFO로 승진했다”면서 “CFO 사임은 수년간의 경영 혼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최대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에서는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노동자들이 사측의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면서 경고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경고 파업은 노사 교섭 도중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벌이는 단기간 쟁의행위다. 높은 제조 비용, 전기차 전환 지연, 경쟁력 저하 등에 시달린 폭스바겐이 독일 공장 폐쇄와 인력 감축을 알리자 노조 측이 본파업을 예고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파업이 2018년 이후 자국 내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첫 번째 대규모 파업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가 내년 1월 취임 이후 관세 전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당장 트럼프는 자동차 생산의 주요 공급망 역할을 하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약 40%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스텔란티스로서는 초대형 악재가 겹친 것이다. 폭스바겐도 미국 매출의 45%가 멕시코와 캐나다 생산 물량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스텔란티스와 함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주요 업체의 수익이 급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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