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부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중국 기업을 겨냥해 미국 관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자국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우 친 통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부장관은 2일(현지 시간) 열린 행사에서 “나는 지난 1년 정도 기간 여러 중국 기업에 미국 관세를 피하려고 말레이시아를 통해 그저 제품 브랜드만 바꿀 생각이라면 말레이시아에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대상을 두고 어떤 중국 기업들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리우 부장관은 또 태양광 패널 분야에서 나타났듯이 미국 행정부가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관계 없이 앞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동남아를 통한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에 대한 한시적 관세 면세 조치를 종료하기로 했다. 이어 10월 미 상무부가 이들 4개국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전지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중국에 대한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제한을 곧 강화하면서 미국 일본 네덜란드 장비기업이 말레이시아, 한국, 싱가포르, 대만, 이스라엘에서 생산한 제품도 중국 기업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반도체 수출 5위 국가로 반도체 후공정 세계 시장의 13%를 차지한다. 미국의 반도체 관련 대중국 수출 제한이 확대되면 말레이시아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CIS)를 향해 ‘100% 관세 부과’ 카드로 위협하고 나서서 브릭스 가입을 추진하는 말레이시아에 한층 악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이라는 수출시장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남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외에 태국이 브릭스 가입 의사를 밝혔으며 베트남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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