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대통령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는 트럼프가 내세우는 경제정책의 충격이 얼마나 클지, 그리고 그 충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 새로운 고민에 휩싸여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집권 1기 동안의 경제지표와 이번 선거에서의 트럼프 공약을 바탕으로 요즘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휘청거리는 한국에 미칠 트럼프 충격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트럼프 1기를 2017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로 정의한다면 이 기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은 2.14%였다. 트럼프 1기 전의 버락 오바마 2기 기간 연평균 성장률인 3.15% 또는 트럼프 1기 직후인 조 바이든 집권 기간 연평균 성장률인 2.42%와 비교하면 낮다. 하지만 트럼프 1기의 마지막 해인 2020년과 바이든 집권 첫해인 2021년은 코로나19라는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비정상적인 시기로 간주해 분석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다. 이 경우 트럼프 1기 기간 한국의 실질 GDP 연평균 성장률은 2.96%로 오바마 2기와 비교해 살짝 낮았지만 바이든 기간의 1.67%보다는 높았다.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지수의 경우 트럼프 1기 기간 32.9% 상승해 3.24% 수익률로 횡보한 오바마 2기 또는 -10.4% 수익률로 하락한 바이든 기간보다 오히려 높다. 코스피 수익률의 계산에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해도 트럼프 1기 코스피 수익률은 6.1%로 오바마 2기 또는 바이든 집권 시기(0.41%)보다 높았다.
강달러 구호와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1기 동안의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41.9원으로 1110.5원이었던 오바마 2기보다는 높았지만 1272.1원인 바이든 기간보다는 낮았다. 역시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트럼프 1기 기간 평균 환율은 1129.3원으로 더욱 낮아진다. 환율의 변동성도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트럼프 1기 37.9원으로 오바마 2기(53.5원) 또는 바이든 기간(57.8원)보다 오히려 낮았다. 트럼프는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전통적인 에너지를 선호하고 미국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자고 주장하는데 그 영향으로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한 트럼프 1기 기간 원유가격은 배럴당 63.2달러로 오바마 2기(75.9 달러) 또는 바이든 기간(88.7달러)보다 낮았고 변동성도 8.8달러로 가장 낮았다. 요약하면 트럼프 1기 기간 실질 GDP 성장률은 살짝 낮았지만 코스피 또는 환율에 큰 영향이 없었고 원유가격은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거시경제지표로 판단하면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관세정책을 수시로 표방하는 트럼프의 보호주의 성향을 감안해 대미 수출과 수입, 그리고 대미 무역 흑자를 살펴보면 트럼프 1기 기간의 결과는 트럼프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오바마 2기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 흑자가 트럼프 1기에는 12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하다가 바이든 집권기에 약 3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해도 트럼프 1기의 대미 무역 흑자는 약 12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바이든 기간에는 34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 트럼프 1기 기간 대미 수출은 성장이 더뎠으나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압박이 예상되는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등의 산업은 첨단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외 유럽 등의 시장을 개척하면서 트럼프 충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외 무역 환경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유연한 공급망 구축도 필요하다. 트럼프의 재집권 기간에 중국의 대미 수출이 어려워지면 일부 산업에서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으나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더 가속화될 수도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1기 기간 거시지표를 반추하며 트럼프 재집권기를 예상해보면 환율과 원유 가격 등은 예상하는 것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관세를 비롯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국과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무역정책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경쟁력과 생산성을 개선하고 유연한 공급망 구축 및 수출국 다변화 등을 구상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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