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개발을 막기 위한 규제를 시행해온 미국 정부가 사실상 모든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봉쇄했다. 한국의 삼성전자(00593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2일(현지 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이 이 기준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고사양의 HBM만 대중국 수출 통제 대상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저사양의 HBM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HBM의 대중 수출길을 막은 것이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전 세계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삼성이 HBM의 약 30%를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어 당장 이번 규제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HBM 수출통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된다.
이날 상무부는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도 신규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상무부는 또 FDPR 규칙을 특정 반도체 장비와 관련 부품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상무부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총 33개 국가가 해당되는데, 일본과 네덜란드가 포함됐으며 한국은 명단에 없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자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 수출 일부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따르기로 미국 정부와 몇 달 전에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만드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일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중국에 수출이 될 수 있지만 우리는 제약이 붙어 중국 시장에서 경쟁 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는 "한국과 대만,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제조된 반도체 장비에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며 "미국의 동맹국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무부는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의 명단을 발표(블랙리스트)하고 이들 기업에는 첨단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수출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중국에 있지만 일부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에 있는데 한국에서는 'ACM 리서치 코리아'와 '엠피리언 코리아' 2개 기업이 지정됐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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