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소속 변호사들이 민간 로펌으로 대거 이직을 시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 '정부효율부(DOGE)'를 통한 연방 공무원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연방정부 소속 변호사 수백 명이 주요 로펌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수십 년간 정부에서 근무한 변호사들도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이력서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헤드헌팅업체 해치 핸더슨 파이블의 미셸 파이블 채용담당자는 "최근 로펌 대표들과 만난 결과 정부기관 공무원들의 지원서가 쇄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백악관 정권 교체기마다 고위직 정치인들의 이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평균을 웃돌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각 부처 수장뿐 아니라 실무진까지 이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이직을 타진하는 연방 공무원이 평소의 5배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대적 규제 완화와 대량 해고 예고가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차기 트럼프 정권 초기 가장 큰 영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비벡 라마스와미는 '작은 정부' 실현을 위한 구조조정을 공언해왔다. 머스크는 X에서 해고 대상 기후·환경 담당 공무원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연방정부 변호사들의 집단 이직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전 자구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일반 공무원에 비해 고임금 전문직인 변호사들이 구조조정 1순위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한 소식통은 "법무부와 FBI, 교육부, 국방부 등 트럼프와 머스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한 부처 소속 공무원들의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펌과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대형 로펌인 DLA 파이퍼의 프랭크 라이언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우수 인재 영입의 호기"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와 세제 혜택으로 인수·합병(M&A) 거래가 늘어나 관련 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헤드헌터 업체 관계자는 "M&A가 늘어나면 법조계를 넘어 모든 실무 분야에서도 채용이 증가하는 연쇄 효과가 나타난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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