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아파트 보류지의 몸값이 낮아지고 있다. 대출규제 등 여파에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보류지는 정비사업에서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주택이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조만간 보류지 총 19가구 중 10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를 게재할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지난달 27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전용면적 84㎡ 기준 최저입찰가는 20억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는 분양가(13억 원)보다 7억 원 높은 금액이다. 다만 최근 입주권 시세와 비교하면 4억 원가량 저렴하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참가자가 최종 낙찰자가 된다.
광진구 자양동 자양1구역 재건축(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조합도 지난달 보류지 2가구를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공급했다. 전용 84㎡ 최저입찰가는 14억 864만 원으로, 최근 입주권 거래 시세가 22~23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8억 원 저렴한 금액이다. 해당 보류지는 18억 원대에 낙찰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류지는 청약제한이 없고, 층 호수를 고를 수 있어 재건축 시장의 ‘틈새 매물’로 주목을 받았다. 조합 입장에서는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수입을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보류지 몸값을 올리는 곳이 많아졌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조합은 주변 시세 상승을 이유로 전용 59㎡ 보류지 최저입찰가를 올해 초 21억 5000만 원에서 지난 7월 25억 5000만 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높아진 최저입찰가와 대출규제 영향 등에 인기가 식자 콧대를 낮추는 조합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9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옛 신반포15차)’ 조합이 보류지 3가구를 시장에 내놨지만 모두 유찰됐다. 전용 59㎡ 기준 최저입찰가가 35억 원으로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성북구 안암2구역을 재개발한 ‘해링턴플레이스 안암’도 지난달 보류지 3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지만 유찰된 뒤 이달 재공고를 냈다. 최저입찰가는 전용 84㎡ 기준 12억 원으로 분양가보다 4억 원 높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주택 매매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때까지 보류지 매각을 보류하는 조합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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