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 쌓여 있는 방대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의료기술 연구개발(R&D)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공유·개방하는 ‘의료데이터중심병원’ 사업이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병원들이 데이터 공유의 필요성과 편리함을 알면서도 성공 가능성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전국 주요 대형병원이 참여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26만명 규모의 국내 암 환자 빅데이터를 구축해 공개하는 등 의료기술 R&D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시작된 의료데이터중심병원 사업은 현재 전국 7개 대형병원 컨소시엄을 통해 서울 ‘빅5’ 등 43개 대형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 주도해 병원별로 축적한 의료데이터를 공유, 개방하고 산·학·연 공동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참여 병원들은 정보관리책임자(CIO)를 선임하고 데이터 공유의 적절성 등을 논의할 데이터심의위원회를 꾸리는 등 의료데이터 구축·활용을 지원할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했다. 전자의무기록(EMR)이 호환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 40개 의료기관에서 6400만명 규모의 기초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했다.
김현창 세브란스병원 디지털헬스실 부실장은 “병원에서도 의료데이터의 활용가치에 주목했고 수요도 많았다”며 “다만 인프라투자가 수익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 보니 주저하고 있던 중 정부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데이터 공유 신청부터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환자 가명 처리 및 가공 등 모든 절차와 과정을 새롭게 만들었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석할 수 있는 공간인 공유오피스 개념의 분석센터와 데이터 분석용 클라우드를 정부 지원을 통해 마련했다. 분석한 데이터를 저장해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공간인 ‘데이터레이크(Datalake)’도 꾸렸다.
데이터 공유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면서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K-CURE 공공 라이브러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국내 암 환자 226만명의 등록·검진·치료·청구 등 의료이용 행태와 사망 등 전 주기 정보를 가명 처리한 빅데이터를 구축해 연구 목적으로 개방했다. 복지부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CURE 공공 라이브러리를 토대로 환자가 많은 10가지 종류 암을 선별해 기본 임상데이터는 물론 질환별 임상데이터를 표준화된 규격으로 수집한 뒤 DB를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위암·간암·유방암·대장암·폐암·췌장암 데이터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오는 2026년까지 자궁경부암, 혈액암 등 나머지 4개 암에 대한 데이터 구축도 완료할 계획이다.
의료데이터중심병원 사업이 진행되면서 병원들은 의료데이터 분야에 추가 투자를 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정부 지원금만으로 진행됐지만 사업이 고도화되면서 병원 자체 비용을 투자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김 부실장은 “지원사업이 일종의 ‘마중물’이 된 셈”이라며 “컨소시엄 병원 간 경쟁도 하고 벤치마킹도 이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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