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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상사태도 아닌데 45년만에 계엄…후폭풍 거셀듯

150분만에 무효화된 계엄

尹, 野예산안 폭주에 극약처방

실질적 대응 부재에 결정한듯

참모진도 모르게 극비리 추진

"시민 기본권 제한요권 못채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고 밝혔다. 탄핵, 단독 입법 등 거대 야당의 폭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부 예산안에 대해서도 야당이 칼날을 들이밀자 마지막 카드로 비상계엄이란 극약을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할 만한 국가비상사태 없이 계엄 선포에 나서면서 국회는 비상계엄을 즉각 해제했다. 윤 대통령은 거센 정치적 후폭풍 직면이 불가피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20분께 서울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며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갑작스레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야당이 2025년 정부 예산안에 제동을 걸은 일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98% 삭감했고, 재해 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 돌봄 지원 수당 384억 원 등을 삭감했다.

대통령실은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민생 범죄 대응, 재난 대응 역량이 크게 훼손됐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비판할 뿐 정부가 야당의 예산 삭감에 대해 실질적으로 맞대응할 방법은 부재했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과 달리 예산안은 거부권을 행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비상계엄 카드를 꺼냈다.

윤 대통령은 긴급 브리핑 도중에도 야당을 향한 불만과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탄핵 소추, 판사 겁박, 입법 독재, 예산 탄핵이 되풀이됐다고 언급하며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민주당을 향해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다”며 “입법 독재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 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라고 빗대면서 “자유 민주주의의 기반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붕괴 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결국 민주당 등 야권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곧바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계엄은 국가비상사태에서 행정권과 사법권을 계엄사령관이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전시·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공공의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지금까지 총 16번의 계엄령이 선포됐으나 이는 시민들의 저항을 진압하고 독재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특히 우리 헌법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한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만큼 시급성이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이다.

국회는 곧바로 비상계엄 해제에 나섰다. 헌법 제 77조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국회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2시간 30분 만에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참모진 중에서도 일부에게만 공유되며 극비리에 추진됐다. 현직 대통령실 참모진 중 상당수는 윤 대통령의 브리핑 발표 직전까지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모는 저녁 식사 중 긴급 호출을 받고 복귀했으나 계엄 선포는 물론 긴급 담화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기자단에도 사전에 내용이 일절 공유되지 않았고 브리핑이 생중계되는 순간에도 정식으로 공지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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