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56.6%가 “내년도 투자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투자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11.4%에 달했다.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가량이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투자 심리 악화 요인으로 국내외의 부정적인 경제 전망, 국내 투자 환경 악화, 내수 시장 위축 등을 거론했다.
실제로 내수·수출 어느 것 하나 좋은 게 없다. 가계 소비는 급증한 가계부채에 발이 묶여 있다. 문재인 정부의 선심 정책 남발로 재정 건전성이 나빠져 정부는 돈을 풀 여력이 거의 없다. 설상가상으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리스크’로 수출 부문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경쟁력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벌써 조직 개편, 희망퇴직 등 허리띠 죄기에 들어갔다.
도전과 혁신·창의를 북돋우고 투자를 늘리게 하려면 기업의 경영을 옥죄는 규제 족쇄들을 풀어주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방위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을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총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확대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입법이 현실화하면 소송이 남발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 규제 사슬에 기업이 투자 의욕을 잃고 경제가 위축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국민 고통만 가중된다. 지금은 기업을 옥죄기보다 ‘모래주머니’ 같은 규제들을 제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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