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국 내 투자 부족을 이유로 ‘아이폰 16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린 인도네시아에 당초 계획보다 100배 많은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의 투자를 제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정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애플은 1억 달러의 투자 제안을 했지만 “너무 적다”는 인도네시아 정부 주장에 백기를 들고 10배 더 늘린 투자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산 로슬라니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은 이날 의원들에게 “인도네시아 정부와 애플이 ‘1단계 투자’로 10억 달러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주일 안에 애플 본사로부터 서면 확약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제안이 확정된다면 애플의 마지막 제안이었던 1억 달러보다도 10배가 늘어난 셈이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관한 자국 내 콘텐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이폰 16의 판매를 금지했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제조업을 지키기 위해 자국에서 만든 부품 비중이 40%를 넘지 않는 모바일과 태블릿PC 등에는 국내 부품 수준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고 있으며, 증명서를 받지 못할 경우 현지에서 상품 허가가 나지 않는다. 해외 수입도 금지된다. 만약 이 조건을 지키기 어렵다면 부품 4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투자해야 한다. 이런 규정을 넘기 위해 삼성전자와 중국 샤오미 등은 현지 공장을 설립해 생산을 하고 있다.
반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아이폰 16 판매 금지 조치를 받은 애플은 11월 초 자카르타 외곽 부품 공장 등에 1000만 달러(약 14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금액이 너무 적다며 발끈했고, 애플은 같은 달 21일 투자 금액을 1억 달러로 10배 증액했다. 하지만 애플의 백기 투항에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애플이 베트남에는 1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며 “너무 적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애플이 자국에서는 아이폰 등을 약 250만 대 팔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150만 대밖에 팔지 않고 있다고도 강조하며 투자를 더 늘릴 것을 촉구했다. 이에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의 잠재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애플이 결국 항복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관료들의 최우선 조건은 여전히 애플이 자국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로슬라니 장관은 “애플이 현지에서 기기를 제조하면 관련 부문에 걸쳐 투자 파급 효과가 발생하고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가치 사슬이 우리에게도 이동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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