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비만·탈모 남성을 희화화한 논란을 빚은 KBS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법정 제재를 결정했다.
2일 방심위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프로그램의 작년 7월 2일자 방송분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적용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1조(인권 보호) 제3항이다.
문제가 된 방송분에서는 한 결혼정보회사 대표가 출연해 남성 회원의 신규 가입 조건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특정 코미디언과 탈모 질환자를 희화화하는 내용이 방송됐다. 살이 찐 사람을 '북쪽 위원장 닮은꼴'로, 탈모가 있는 사람을 '머리 밑이 너무 훤하다'고 표현했다.
또한 "남성의 경우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 미만, 키 167㎝ 이하, 연봉 4000만원 이하 중 두 가지 이상 해당하면 가입이 불가하다" "키가 크고 학교·직업이 좋아도 탈모가 심하면 가입이 힘들다" 등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김정수 위원은 "특정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남성을 열등한 사람처럼 묘사한 것은 명백한 희화화"라고 지적했다. 류희림 위원장도 "심의 규정상 학력·신체 차이·재력 등을 조롱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심위는 여론조사 결과 소개 시 필수 고지사항을 누락한 MBC 표준FM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도 '주의' 처분을 내렸다.
또한 최근 수어 희화화 논란이 된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 대해서도 신속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드라마는 1화에서 수어 통역사인 주인공이 산사태 뉴스를 전하던 중 ‘산(山)’ 수어가 반복 송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앵커가 이를 손가락 욕으로 묘사하며 웃는 내용이 방영돼 농인들의 반발을 샀다. 제작진은 "수어를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제작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한편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부터 의견제시·권고 등 행정지도, 주의·경고 등 법정 제재,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과징금 등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 중징계로 간주돼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 시 감점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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