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포가 불과 2시간 만에 해제된 배경에는 '제복 입은 시민'들의 양심적 판단이 있었다.
군 지휘부의 강압적 명령에도 불구하고 현장 군인들은 국민의 안전과 민주주의 수호를 선택했다. "우리도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잘못된 명령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4일 새벽 국회를 떠나던 한 계엄군 장병의 말이다. 그는 시민들 앞에서 "죄송합니다"라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 순간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이번 사태는 우리 군이 더 이상 정치 도구가 아님을 보여준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계엄군이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성숙한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투입된 특전사와 수방사 특임대 요원들은 기관단총과 야간투시경으로 중무장했지만, 국회 본회의 개최를 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원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최소한의 임무만 수행했다.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군 지휘체계는 혼선을 빚었고, 장병들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며 "많은 군인들이 비상계엄 선포 후에야 임무를 파악할 정도로 준비가 부실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군의 소극적 대응에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불과 3개월 전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군도 계엄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돌연 계엄 선포를 건의해 군 내부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4일 긴급 작전지휘관 회의를 열고 "군은 국민 안전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군 통수권자의 부적절한 명령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된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군인들이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했음을 입증했다"며 "군이 더 이상 특정 세력의 정치도구가 아닌, 국민의 군대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