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면서 판단의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게다가 헌재는 야 6당이 제출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최종 판단에 대한 부담도 지게 됐다. ‘6인 체제’라는 비상 상황에서 헌재가 비상계엄에 대한 법적 판단은 물론 윤 대통령 운명까지 결정해야 하는 과제만 떠안게 된 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윤 대통령의 3일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헌재에 4일 청구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사령관 포고령 등 후속 조치가 집회·결사·언론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로 위헌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는 게 민변의 청구 취지다.
문제는 아홉 명의 재판관 가운데 세 명의 헌법재판관 자리가 공석으로 있는 등 비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종석 전 헌재소장 등 세 명이 퇴임하면서 현재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로 각종 탄핵·헌법소원 사건을 맡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관 일곱 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 종국 심리에 대해서는 재판관 과반수 찬성으로 사건을 결정한다. 다만 △법률 위헌 △탄핵 △정당 해산 등 결정에 대해서는 재판관 여섯 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위헌·탄핵 등 심리를 위해서는 최소 일곱 명이 있어야 하지만 헌재는 “재판관 공백으로 심판 절차가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여 현 상태에서 공개 변론, 내부 심리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 의결 정족수가 여섯 명 찬성이기 때문에 현 헌법재판관 여섯 명이 찬성하면 탄핵 의결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심리 정족수가 일곱 명 이상이었는데 법 조항이 효력 정지된 데 따라 심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률상으로는 심리에서 의결까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비상계엄에 대한 헌법소원은 물론 윤 대통령 탄핵까지 국가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6인 체제로는 업무도 과다할 수 있어 헌재가 심리·의결에 돌입하더라도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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