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전격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4일 새벽 해제됐지만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강인덕(사진) 전 통일부 장관(93)은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인덕 전 장관은 1960~70년대 군사 독재 정권을 이끌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인물이다.
강 전 장관은 “우리 법상 야당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발령해도 곧 해제될 것이 분명했다”며 “계엄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군부의 지지가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군을 장악해 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겨루는 듯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비상계엄에 찬성한 측근은 김용현 국방장관뿐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군부가 일치단결해 윤 대통령을 따를 것 같지는 않다”며 “국가정보원이나 검찰 당국 등도 지지하지 않는 이상 비상계엄을 유지할 수 없다. 준비가 부족한 채로 포고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은 “아마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야당 세력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스스로의 정의를 주장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민생을 제한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할 수 있는 비상계엄을 단행하면 국민이 반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 자신이 정치를 모르는 아마추어였다고 할 수 있다. 검사 출신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이 없어 국민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상상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주위에도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만한 인물이 없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 내) 인맥도 정치 경험도 없어 검찰 출신이나 대학 시절 옛 친구들을 요직에 앉혀 왔다”며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이기도 해서 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은 스스로가 옳다고 믿고 있고 주위의 조언을 듣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진 사퇴의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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