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업계가 자국 업체들에게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주의하라는 경고를 발령하는 등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한 반격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자동차공업협회·중국반도체산업협회·중국통신기업협회 등은 전날 성명을 내고 “미국 반도체 제품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다”며 “미국산 반도체 구매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성명은 미국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통제 등 대(對)중국 추가 반도체 제재를 공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억압은 중국 기술 산업의 발전을 위협하거나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줄 뿐”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산업계가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주의하라는 경고로 맞대응하면서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성명에는 미국산 제품 없이도 반도체 자립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이번 수출 제재 대상이 된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여러 층 쌓아올려 만드는 고성능 메모리로 인공지능(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 필요하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규제는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효과는 거의 없다”며 “미국은 오랫동안 화웨이에 대해 비슷한 ‘공급 중단’ 조치를 취해왔지만 화웨이의 ‘기술 상향’을 막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단계에서의 기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속내는 복잡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날 중국 정부는 미국의 HBM 수출 통제가 발표된 후 기다렸다는 듯 갈륨·게르마늄·안티모니 등 주요 광물을 비롯한 ‘이중 용도 품목’의 대미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을 당시에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번에는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미국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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