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정부가 ‘6시간 천하’로 막을 내린 '뜬금포 비상계엄’의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습책 찾기에 골몰했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이 모두 사의를 표명하고 국무위원들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입은 정치적 외상이 워낙 커 국정 정상화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침묵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에서 마약류 대응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면서 윤 대통령은 일정을 순연했다. 윤 대통령은 당분간 공개 행보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계엄 선포에 대해 별다른 해명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자유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위법적·반민주적 조치를 내렸다는 민심의 비판이 들끓자 정진석 비서실장을 필두로 한 3실장, 수석비서관 등 대통령실 고위 인사들은 일괄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이다. 참모들의 일괄 사의가 수리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연말 인적 쇄신을 약속했지만 당장 국정 마비가 불가피하고 낮은 지지율로 후임자 인선에도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내각 총사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들은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인사들과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만나 계엄 사태 관련 논의를 했다.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일단 자리를 지키며 최대한 상황을 수습하면서도 자리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는 이날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즉각적인 내각 총사퇴에는 부정적 뜻을 밝히며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심 광역단체장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은 국민들께 사과하고 향후 국정 안정과 쇄신을 위한 조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대통령 사과와 인적 쇄신만으로 국민적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헌정 질서를 형해화한 국가 지도자에 대한 불만과 신뢰 훼손으로 귀결돼 20%대인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욱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선포 담화는 윤 대통령이 평소 해오던 말의 연장선 상이었다”며 “대통령실 의사 결정 구조가 와해되면서 급발진에 가까운 결과를 막지 못한 게 사태의 핵심이다. 마땅한 수습책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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