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이 155분 만에 무산됐지만, 선포 당시 포고령에 담긴 ‘이탈 전공의 복귀’ 등 내용을 두고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의대 증원이 촉발한 의정갈등은 더욱 깊은 골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4일 공동성명을 내고 "윤석열과 대통령실 참모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련자들은 당장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직 전공의들이 아직도 파업 중이라는 착각 속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며 "국민을 처단하겠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 건 정권이 반국가 세력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전공의는 "3월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돌아가려고 했던 전공의들도 지금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지원하지 않고 추이를 볼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다른 전공의는 "병원에서 복귀자를 파악했지만,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계엄령 이후에는 '저렇게 협박하는데 누가 가겠나'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내년도 상반기부터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할 전공의 6950명을 모집한다고 4일 공고했다. 유형별 인원은 인턴 3356명, 1년 차 레지던트 3594명이다. 각 병원은 오는 9일 오후 5시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15일 필기시험, 17∼18일 실기시험을 치른 뒤 19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의료계는 이번 모집에 응할 의대 졸업생과 인턴 수료자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의대 졸업생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율이 급감했고, 레지던트 1년 차 과정을 시작할 인턴들도 대부분 사직했기 때문이다. 현재 211개 수련병원 인턴 3068명 중 102명(3.3%)만 정상 출근 중이고, 내년 1월 치러질 국시 필기시험 응시자는 304명이다. 이는 올해 응시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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