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헌법 제77조 제3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휴대폰이 시끄러워졌다. 잇따라 사회관계망(SNS) 알림음과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SNS에 속보를 올리면서 ‘가짜뉴스 같으니 주의하라’고 친절히 안내하기도 했다. 필자도 링크를 따라 들어가 보니 가짜뉴스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정교했다. 뒤이어 계엄사령관이 발표되고 여섯 개 항의 포고령도 발령됐다. 법률 공부를 시작한 지 40여년만에 헌법 책에서만 보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TV에서는 국회 상황을 계속 비추고 있었다. 헌법 제77조 제5항에 따라 국회에 비상계엄 해제요구권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여야 모두 ‘잘못된 계엄’이라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의사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결국 국회는 12월 4일 새벽 1시경 재적의원 과반수라는 의결정족수를 넘긴 190명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했다.
새벽 4시 30분 긴급히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헌법 제89조 제5호에 따라 비상계엄의 해제를 의결했다. 6시간에 걸친 국가비상사태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비상계엄은 국가가 비상사태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기능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에 보장된 독재권의 하나로 분류된다. 독재권이므로 요건이 엄격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먼저 목적상으로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헌법수호를 위한 필요 등의 경우에만 발동이 가능하다. 정권의 안위나 여야 극한 대치 해소와 같은 목적으로는 발령될 수 없다는 뜻이다. 상황상으로는 비상계엄 이외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
절차상의 요건도 있다. 발동이나 승인, 해제 요구와 같은 통제장치가 있어야 한다. 3일 밤과 4일 새벽에 걸친 일련의 사태가 그 절차를 여실히 보여줬다. 시간상으로는 일시적이고 잠정적이어야 한다. 말 그대로 상시가 아닌 비상시에만 발령되고 유지돼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내용상으로는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계엄사령부는 이번에 6개 항에 이르는 계엄포고령을 발령했다. 그 내용 대부분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헌법 제77조 제1항에는 또 하나의 요건이 있다. 바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라는 것이다. 군이 국회에 진입한 배경이다.
헌법의 위임을 받은 계엄법에도 절차가 정해져 있다. 먼저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또한 계엄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없이 통고해야 하며 국회가 폐회 중이면 지체없이 국회의 집회를 요구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여러 가지 의문을 남겼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상황에 놓여 있었던가. 병력 동원이라는 수단이 필요했었을까. 국무회의의 심의와 국회 통고는 절차대로 진행됐는가’라는 의문이 대표적이다.
이번 비상계엄으로 먹고사는 문제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또 하나의 소모적 논쟁이 고민거리로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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