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로 국내 정세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가 한일 관계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내년 1월 한국을 방문해 사도광산 사태로 경색됐던 양국 관계를 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한미일 공조 방안, 한일 수교 60주년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하려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측근으로부터 ‘윤석열 정권의 존속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의 한 측근은 “이런 상황에서 총리의 방한은 어렵다”며 “당장 한 달 뒤 윤 정권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 취임 후 윤 대통령과 두 번의 회담 내용도 좋았고, 모처럼 (내년 1월 방한 회담 논의도) 좋은 분위기였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한 달 후 윤 정권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는 총리 측근의 발언은 계엄 선포로 윤석열 정부가 그만큼 위태로운 처지라는 것을 일본 정부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북한-러시아의 군사 밀착 및 한반도 정세, 수교 60주년 사업 등 한일 공동 해결 과제가 산적한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 측 충격도 상당한 분위기다. 연말 방한 일정이 취소될 가능성이 큰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전날 “매우 큰 놀라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고, 외무성 간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놀라움을 전했다.
아사히는 “한국의 국내 정치가 갑작스럽게 혼란상태에 빠지면서 한일 관계도 급속히 시계 제로가 됐다”며 “트럼프 정권 출범으로 북한 정세 역시 예측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일의 공조 방향도 예상할 수 없어 외무성에서는 ‘내년은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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