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5일에도 공개 일정을 멈췄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열고 국민적 불안에 대해 사과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개최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통상 업무를 소화한다. 전일 ‘마약류 대응상황 점검회의’ 등 일정을 전면 취소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공개 일정을 갖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당분간 공개 행보를 자제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달 5~7일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계엄 선포 이후 스웨덴 측은 방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무산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국민 담화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적 혼란이 커지자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국민적 불만을 수용하는 모습을 취해 국민의힘의 이탈표를 관리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대국민 담화는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외려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과 만나 계엄 선포에 대해 “민주당의 폭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설파했다고 한다.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현 상황에서도 ‘마이 웨이’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또한 윤 대통령은 국민적 불안과 혼란에 사과하더라도 하야, 개헌 등 임기 문제는 언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대국민 담화를 기습 개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계엄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국방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그리고 새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최병혁 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최 후보자는 육사 41기로 육군 참모차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을 지내는 등 국방 안보 작전 전문가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규정을 준수하는 원칙주의자”라며 “상관에게 직언할 수 있는 소신도 겸비해 군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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