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 판매용 아이폰의 인공지능(AI) 탑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과 중국 정부 규제 우회를 위해 바이두와 손잡고 중국 전용 AI를 개발 중이지만 낮은 성능과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일찌감치 AI 스마트폰을 내놓고 내수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가운데 중국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애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일(현지 시간) 테크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애플과 바이두가 내년 중국 판매용 아이폰에 AI를 추가하기 위해 협력 중이지만 난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012년부터 중국 내 아이폰 기본 검색 엔진으로 바이두를 사용해왔고, 바이두가 자체 제작한 ‘어니봇’ 4.0 버전을 중국용 애플 인텔리전스와 음성 챗봇 시리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이두의 AI 성능이 낮다는 점이 문제다. 디인포메이션은 개발진을 인용해 “바이두 언어 모델이 명령을 이해하고 정확한 응답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이폰 사용자가 궁금해 할 만한 질문에 관련성 있는 답변을 내놓는 것이 과제”라고 전했다.
바이두가 애플 기기 사용자 개인정보에 접근하려 드는 점도 걸림돌이다. 애플은 타사 대비 개인정보 보호가 뛰어나다는 점을 마케팅 요소로 삼아왔는데, 이는 개인정보 보호에 둔감한 중국 테크기업 정책과 충돌한다. 디인포메이션은 “바이두는 아이폰 사용자의 AI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고 싶어하지만 애플이 이를 거부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고 했다. 애플은 바이두에 AI 모델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고충도 안고 있다. 미국에서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를 적용하면서도 오픈AI와 금전 거래가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애플이 고심하는 동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AI를 보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4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중국 현지 브랜드와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 AI 탑재로 아이폰 판매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으나 이런 기능으로도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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