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분석한 최적의 스텐트 크기를 기반으로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하면 3D 기반의 고해상도 영상 기구로 혈관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면서 시술하는 것 못지 않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 기반 관상동맥 중재시술의 유용성을 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사례다.
안정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연구팀은 2022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국내 13개 의료기관에서 협심증, 심근경색 등으로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 약 400명을 6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시행한다. 시술 전 적합한 스텐트 크기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조영제 주입 후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내부 병변을 투시하는 심혈관조영술이 주로 쓰인다. 이 경우 환자마다 병변이 다르고 복잡한 데다 2D 영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해 시술 결과가 의료진의 경험과 역량에 좌우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광학단층촬영(OCT) 같은 3D 기반의 영상기구는 혈관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면서 병변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지만 검사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하고 시술 시간이 길어 실제 사용률이 낮았던 실정이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시스템은 시술 중 심혈관조영술 영상이 자동으로 업로드되면 AI가 환자의 혈관 내부 지름과 병변의 길이, 협착 정도 등을 즉각적으로 평가해 최적의 스텐트 크기를 계산해준다.
연구팀은 좁아졌던 관상동맥이 넓어진 정도인 최소 스텐트 면적으로 치료 결과를 평가했다. 최소 스텐트 면적은 관상동맥 중재시술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5.0㎟ 미만일 때 재협착이나 혈전 발생 위험이 크다고 알려졌다. 분석에 따르면 AI 기반 심혈관조영술 집단의 최소 스텐트 면적은 6.3±2.2㎟, OCT 집단은 6.2±2.2㎟로 두 그룹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그룹은 스텐트 미확장, 박리, 인접 부위 질환 등 시술 안전성을 평가하는 지표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시술 6개월 뒤 심장을 원인으로 한 사망, 심근경색, 혈전증 등 주요 임상사건이 일체 발생하지 않았다.
안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추가적인 시간이나 노동력 없이 심혈관조영술 이미지를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오차 없이 관상동맥 중재시술이 가능하다”면서 “좌주간부 병변, 이식혈관 병변 등 복잡한 병변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 분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TCT(Transcatheter Cardiovascular Therapeutics) 학회에서 발표됐으며 '미국심장학회지 심혈관 중재시술(JACC Cardiovascular Intervention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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