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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자 방한 무산·원화 환전 거부…비상계엄 '후폭풍'

英·美·日 등 ‘한국 여행 주의보’ 유지

정부, 국내 전 외국 공관에 공한 발송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발층에서 승객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비상계엄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여행업계의 긴장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둔 상황에서 각국의 한국 여행 주의보 발령이 확산되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미국·일본 등 주요국들이 자국민들에게 한국 여행 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계엄령은 해제됐으나 정치·사회적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외무부는 4일(현지 시간) "현지 당국 조언을 따르고 정치 시위를 피하라"며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국무부도 "평화 시위도 대립으로 변하고 폭력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 시위 진행 지역은 피하라"며 권고했다. 주한미군은 소속 군인과 민간인 직원, 가족들에게 비상계엄 사태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며 주의를 요청했다.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도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한국의 여행 매력도가 하락하고 있다. 특히 한국 여행의 최대 장점으로 꼽혀온 '치안'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를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왔다. 올해 1~10월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37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7%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94%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연말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태로 100% 회복이 불투명해졌다.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업계는 아직 대규모 예약 취소는 없다고 밝혔으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취소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한 프라이빗 투어 전문 여행사를 통해 방한하려던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일행은 일정을 전면 취소됐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한국 방문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도 "각국 대사관의 여행 경보 발령이 이어지면 수요 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도 영향권에 들어갔다. 최근 태국의 일부 환전소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을 이유로 원화 환전을 거부하는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국내 모든 외국 공관에 외교 공한을 발송했다. 공한에는 비상계엄령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해제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이 유지되는 등 경제 기반이 견고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어 안보 상황이 안정적이며 한국 내 관광·경제 활동 및 일상생활에 영향이 없으므로 여행경보 조정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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