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미국 고위 당국자가 “심각한 오판” “불법적”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동맹국 정상을 상대로 한 발언으로는 이례적일 정도로 수위가 높아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 2인자이자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부장관은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포럼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심각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법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한국에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이 나와서 이것이 ‘매우 불법적인 과정’이었음을 분명히 말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걸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한국의 민주적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한국 내에서 유사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경고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비상계엄 선포에서 비롯된 ‘탄핵 정국’이 한미일 공조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나아가 주요국과의 정상적인 외교도 당분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앨런 김 CSIS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권한대행 체제가 될 경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한국의 임시 지도자와 진지하게 교류할 외국 지도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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