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상정으로 내각의 동요가 극심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무게중심을 잡으며 국정 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탄핵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당분간 사실상 정부 ‘임시 선장’ 역할이 불가피해 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 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시작으로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어수선한 상황에 이미 보고된 사안이 대부분인 만큼 빠르게 회의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한 총리는 1시간 가까이 회의를 진행하며 심의에 집중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장관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도 민생 안정을 위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내각의 의무인 만큼 모든 공직자는 맡은 바 직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기 바란다”며 “특히 금융·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체계를 지속 가동해 신속히 대처하고 치안 유지와 각종 재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61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도 대통령 대신 국내 무역 업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지난 60년 동안 무역의 날 행사에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단 네 번뿐이다. 한 총리는 “수출 1억 달러를 기념해 ‘제1회 수출의 날’을 개최한 지 꼭 60년이 되는 날”이라며 “정부는 우리 무역인들이 세계시장에서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전날 국무위원들 사이에서 나온 내각 총사퇴 주장을 일축하고 정상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 국무위원들도 난파선에서 탈출하고 싶을 것”이라며 “내각이 사퇴하면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부추기게 된다는 총리의 지론에 오히려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야당은 7일 탄핵안 표결을 예고했다. 만약 가결된다면 한 총리는 즉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대내외적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론과 21대 대선까지 고려하면 반년 넘게 임시 수장을 맡아야 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비롯해 러시아와 북한 군사 밀착과 우크라이나 파병 등의 외치에 내년도 세법·예산안 처리 같은 내치까지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어 어깨가 무겁다.
재판관 6인 체제인 헌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3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할 수도 있다.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이 정당하냐는 논쟁도 있지만 지금 공석인 헌법재판관은 국회 추천 몫이고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인 권한인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에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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