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올해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비준서를 4일 교환함에 따라 북러 군사동맹이 사실상 복원됐다. 북러 중 한 나라가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지체 없는 군사원조’를 명문화한 새 조약 발효로 양국 관계가 냉전 때와 같은 ‘혈맹’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도 이 조약에 근거한 것이다.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벌써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검토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트럼프가 북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 등 군축 카드로 김 위원장과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러 밀착과 트럼프 재집권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외교안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태 후폭풍으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반도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 미국 정부는 굳건한 동맹임을 거듭 확인했지만 민주주의를 훼손한 군(軍) 동원이 한미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4~5일로 예정됐던 제4차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은 무기한 연기됐다. 내년 1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 계획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사도광산 문제로 삐걱대는 한일 관계를 봉합하지 못한 채 외교 공백이 길어지면 양국의 간극은 더 벌어질 것이다. 스웨덴 총리의 방한 등 외교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뉴질랜드가 한국을 ‘여행 주의국’으로 분류하고 미국·영국 등이 ‘주의’를 권고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데 안보에 틈새가 생기거나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미국의 정권 교체와 한국의 국정 공백 등을 틈탄 북한의 도발 위험에 대비하고 트럼프발(發) 복합위기를 극복하려면 외교안보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외교 채널을 동원해 동맹의 신뢰를 되찾고 손상된 외교적 위상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국정 혼란이 외교안보 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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