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이동통신·인터넷 등 현대 통신망의 영향력이 재조명됐다. 이번 계엄은 1979년 계엄령 때와 달리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이 공유되며 새로운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1시 비상계엄을 선포한 순간부터 이튿날 오전 4시 30분 해제까지의 과정이 국민들에게 즉각 전달됐다.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 상황, 군경의 이동 경로, 군용헬기 등을 촬영해 포털과 메신저에 공유하며 여론을 형성했다.
국회의원들도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상황을 전파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유튜브로 의원 소집을 공지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담을 넘어 국회에 진입하는 과정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계엄군과의 충돌 장면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이통사들은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해 네트워크를 관리했다. 통신량 폭증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했으나 다행히 6시간 여 동안 트래픽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계엄사령부로부터 별도 지침이나 특별 조치를 담은 공문을 받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현대 통신망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국 통신망을 통제하더라도 위성통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세계 분쟁지역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법적으로도 통신 차단은 쉽지 않다. 계엄법 제9조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비상계엄지역에서 군사상 필요할 때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반해 통신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전기통신사업법 제85조에 따르면 과기부는 전시·사변·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통신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적 반발을 고려했을 때 실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통화와 문자가 정상 서비스됐다"며 “계엄령이 내려지면 통신이 차단된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소리이며 현대에는 통신 차단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통신망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44년 전과 달리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현대 통신 인프라는 위기 상황에서 투명성과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반임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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