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가 190명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자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계엄을 한 것처럼 들린다.
이번 계엄 사태의 최대 쟁점은 계엄의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계엄법 2조 2항에선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고 돼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유로 국회가 잇단 탄핵 시도와 예산 삭감 행위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행위’를 한 것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판사 겁박,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 시도, 감액 예산안 일방 상정 등 헌정 사상 초유의 폭주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게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현재 상황을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해야 할 국가비상사태로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위헌적, 위법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하튼 기습적 계엄 선포와 해제로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야당과 함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자 자신의 진영에서도 고립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한국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윤 대통령에 대해 “국내에서 (정치적) 생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며 “지지율이 10%대에 불과한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 확산이 윤 대통령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한시라도 빨리 윤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면서 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6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정국이 8년 만에 또다시 대통령 탄핵 소용돌이로 빠져들면서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제 최대 관건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 규모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올 경우 탄핵안은 가결되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고도의 정치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시간벌기 게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박근혜 전대통령 경우에서 보듯이 3개월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금 헌재가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인 '6인 체제'라는 것이 변수다. 6인 체제에서 실제 탄핵 사건에 대한 결정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사안의 무게감을 고려하면 헌재가 9인 정상 체제를 갖춘 뒤 사건을 다룰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덩달아 헌재의 결정 기일이 늦어질 수 있다.
만약 헌재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2개월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한 대표가 이런 정치 일정을 고려해 지금부터 6개월후에 치러질 수 있는 대선에서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면 ‘탄핵 반대‘를 택할 것이다. 더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를 기사회생시켜주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의 대법원 최종 결정이 내년 가을까지는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 대표는 그때까지 ’전략적 인내‘를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보수 진영의 ‘탄핵 트라우마’가 여전한데 친한계가 탄핵에 찬성하면 한 대표는 박 전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유승민과 같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이 제2의 탄핵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위헌적, 위법적 계엄 선포’와 같은 정치적 오판에 대해 국민 앞에 신속하고 소상하게 설명하고 강도 높게 사과해야 한다. 탈당을 하든 거국 내각을 구성하든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개헌안을 추진하든 과감한 수습책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권 분열이 가속화되면서 결국 ‘분당 사태’가 벌어지고 국민의힘과 보수의 미래는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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