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28일 폭설로 인한 피해가 집중된 경기남부 지자체들이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잇따라 건의하고 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정부기능 일부가 마비되면서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6일 현재 중앙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한 지자체는 안성·평택·용인·이천·오산 등 경기남부 5개 지자체다. 해당 지역에는 불과 이틀 사이 40cm 안팎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폭설 당시 외부와 단절됐던 도시 외곽 농가들이 눈이 그친 뒤 피해 상황을 속속 신고하면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NDMS) 등에 올린 각 지자체 피해액만 놓고 보면 안성시의 상황이 두드러진다. 이번 폭설로 인한 총피해액은 1000억 원에 육박하는 95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가 확인된 축사, 비닐하우스 등 사유시설만 4131개에 달한다. 평택시는 관내 비닐하우스 및 축사 붕괴 등 총 1172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농축산분야 피해액이 53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촌 지역 비중이 큰 용인시와 이천시도 436억 원, 349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각각 잠정집계된 상황이다. 오산시도 특별재난지역 지정 요건을 채우는 18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재산 피해를 입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제69조에 따르면 1개 읍·면·동에서 14억 3000만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도록 행정안전부에 건의할 수 있다. 지정되면 피해 복구 비용의 50~80%를 정부에서 보조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국세나 지방세 납세 유예 등 일반피해지역 재난지원은 물론 건강보험료와 전기·통신·도시가스 등의 공공요금을 감면 받는다. 재정 여력이 없는 지자체 입장에서 목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통상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만 한다. 대통령이 직접 선포를 할 수도 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사실상 정부의 재난행정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 빠른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다. 안성시의 경우 지난 2020년 집중호우 당시 5일 만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한숨을 돌린 바 있다. 당시 피해액은 279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고, 복구비에는 885억4000만 원이 소요됐다.
각 지자체들은 자체 예비비와 경기도 재난구호기금 등을 활용해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피해규모가 가용예산 범위를 이미 초과해 정부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계엄 문제가 정국의 핵인 것은 사실이지만 민생은 민생대로 살려야 하는 것이 모든 공직자들의 책임인 만큼 정부와 국회, 여야가 폭설 현장과 피해 농민·소상공인들에게도 관심의 눈길을 더 많이 보내고 지원의 손길을 더 적극적으로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농민단체협의회는 전날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설 피해를 본 도내 각 시군, 읍면동에 대해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지자체 또한 피해 농업인들의 생활안정과 재도약을 위한 현실적인 피해 보상책 마련에 모든 노력을 강구해 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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