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며 엇갈린 답변을 했다. 12·3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라는 위헌적 횡포를 둘러싼 군 지휘부의 내홍이 정보기관인 국정원으로까지 확산됐다.
홍 1차장은 이날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에게 전화가 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유튜버 김어준 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라 언급하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1차장의 주장과 달리 조 원장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 조 원장은 정보위원장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제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특히 “관련 보도가 났을 때 홍 1차장에게 직접 ‘그런 지시를 받은 게 있느냐’고 확인했는데 본인이 오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홍 1차장의 인사 조치 배경에 대해서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누구로부터 ‘경질해라, 교체해라’ 얘기를 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최근 홍 1차장이 정치적 독립성과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말을 내게 한 바 있는데 국정원은 철저히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기에 교체하는 게 옳다고 판단해 대통령께 건의하고 인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홍 1차장은 조 원장이 대통령의 ‘즉시 경질’ 지시를 전하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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