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제기된 ‘2차 계엄’을 저지하기 위한 입법이 야권에서 쏟아지고 있다. 정부와 군이 “2차 계엄은 없다”고 단언하고 나섰지만 계엄군의 국회 투입이 현실화했던 만큼 국회가 폐쇄되는 비상 상황에도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소집해 의사일정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계엄 등 국회가 정상적으로 본회의를 개의할 수 없는 상황에는 원격 영상회의를 통한 심의 및 표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계엄이 선포된 3일 저녁처럼 국회가 폐쇄되거나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출입이 제한되더라도 국회의장이 원격으로 본회의를 개최하고 표결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도 전시·사변·내란·외환 또는 계엄이 선포되거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본회의가 정상 개의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협의해 원격 회의를 열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국회법은 감염병 확산이나 천재지변 발생 시 원격 영상회의를 통해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생긴 규정이다. 하지만 2022년 6월부로 유효기간이 만료돼 효력이 상실된 데다 계엄·내란 같은 국가비상사태에 대해서는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았다.
소 의원은 “무력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비상시국에 대비해 국회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계엄령이 선포돼도 군과 경찰이 국회를 점거하거나 국회의원을 체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엄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2차 계엄’ 가능성을 거듭 제기하며 모든 국회의원과 당직자·보좌진을 국회 경내에 대기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실제로 (2차 계엄) 관련 제보와 문제 제기들이 당에도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원들은 오늘 이후로 국회 경내를 이탈하지 않겠다. 전원 국회 내에서 비상대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국회 표결 전까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급변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며 “가장 심각한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다. 단전, 단수, 병력 투입, 사복 체포조에 의한 본청 주변 작전 개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12·3 윤석열 내란사태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계엄을 통한 재공세가 예견되는 매우 긴박한 내란 지속 상황”이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계엄 건의권 행사를 막아야 한다. 국회는 조속히 이 장관을 탄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고 보고 추 원내대표를 ‘내란죄’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정당하게 권한을 행사했다고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비상계엄 내란 동조 혐의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기로 당론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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