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병력을 동원한 주요 사령관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관여 및 “의원들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빼내라”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 등을 증언하고 나섰다. 대통령과 전임 국방장관의 보다 구체적인 계엄 관여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사령관 차원에서 과도한 지시에 항명한 정황도 드러났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원 체포와 구금을 명령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6일 김병주·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령부를 항의 방문하자 면담에 응한 뒤 “3일 계엄 중 707 특수임무단 투입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곽 사령관에 따르면 김 전 국방장관은 3일 밤 곽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확보 및 인원 통제, 선거관리위원회 외곽 경계 및 장비 반출 금지 등을 직접 지시했다. 이에 따라 707 특임단이 계엄군으로서 국회 본관에 침투했다. 다만 곽 사령관은 출동 배경 자체에 의문을 품은 탓에 “절대 실탄을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곽 사령관은 작전 수행 도중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아 “이동 중”이라고 보고했다. 김 전 장관과는 10차례 내외,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과는 7~8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 침투 이후 다시 김 전 장관이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으나 곽 사령관은 “위법한 행위인 만큼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도 김병주·박선원 의원과의 면담에서 “작전 중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상황이 어떤지 물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질문에 이 사령관은 “복잡하고 인원이 이동할 수도 없다”고 전했고 윤 대통령은 ‘알겠다’고 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대통령이 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하고 깊게 관여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평했다.
이 사령관 역시 김 전 장관으로부터 처음 출동 지시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상한 느낌, 우려되는 느낌”이 있었던 탓에 지휘통제실에서 작전을 토의하는 시점에 이미 장갑차 출동 등은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무장에 관해서는 “초동 부대의 경우 기본적으로 들고 다니는 패키지가 있어서 총기를 들고 갔고 그 다음에 들어간 병력은 탄약 대신 공포탄만 가져갔다”고 밝혔다. 국회 도착 후에는 “시민들도 많고 오해를 살 수 있겠다”는 판단에 “총기는 차에 두고 빈 몸으로 임무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도 “국회에 맨 몸으로 들어간다”고 전화로 보고했다고 한다. 보고를 받은 박 총장은 “오케이 굿”이라고 답했다. 이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는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며 “현장 상황에 대한 질문들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대통령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1차장은 6일 국회에 출석해 신성범 정보위원장을 만나 당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 홍 1차장에게 전화해 방첩사령부를 도울 것을 지시했다. 이에 홍 1차장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고 여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들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홍 1차장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정했다. 대통령실도 홍 1차장의 증언에 대한 반박을 시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나 구금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곧바로 취소했다. 홍 1차장이 구체적 증언을 내놓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곽종근·이진우 사령관은 국민 및 작전에 투입된 부하 군인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곽 사령관은 “국민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고 특히 작전에 투입됐던 특전대원들에게 대단히 미안한 마음”이라며 “부하들은 제가 지시해서 들어갔다. 그 부분은 분명히 제가 책임져야 한다. 부하들에게 책임이 안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사령관도 “제가 바로 밑 지위관들에게도 일단 출동하라 지시했기 때문에 투입된 장병들 모두 상황을 모르고 출동했다”며 “(부하 군인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서울 시민과 전우들의 안전을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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