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對)중국 초고율 관세를 예고했지만 실제 효과는 예상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만 하더라도 미중 교역에서 ‘관세 사각지대’에 있는 중국산 수입품의 규모가 9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 시간)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 통계상 대미 수출액과 미국 통계상 대중 수입액의 격차가 641억 달러(약 91조 27억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세관을 거쳤지만 미국 세관에서는 누락된 중국산 수입품의 규모는 최근 수년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미중의 상호 수출·수입액 격차는 2020년 171억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732억 달러까지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수입 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산 수입 규모를 축소해 신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앱솔루트스트레티지리서치의 애덤 울프가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수입의 20~25%가 실제보다 적게 신고됐으며 최대 1600억 달러 규모가 집계에서 누락됐다. 블룸버그는 “수백억 달러 상당의 선적이 트럼프의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대중 무역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짚었다.
800달러(약 113만 원) 미만의 소형 소포는 수입 통계에서 제외하고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최소 관세’ 규정 역시 미중 교역의 허점으로 꼽힌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간이 통관 절차가 적용되는 저가 물품’으로 미국으로 흘러든 제품 규모는 170억 달러 이상으로, 지난해 연간 총액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미국에서 쉬인·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급성장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 거래를 분석하는 블룸버그세컨드메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테무와 쉬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20% 증가했다.
미국 세관에서 누락되는 중국산 수입품의 규모가 커질수록 트럼프의 관세 부과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조 바이든 현 행정부는 9월 ‘관세 구멍’을 좁히겠다고 공언했지만 방법과 시기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BE)는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이나 멕시코 같은 다른 국가를 우회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이 늘어난 것에도 대처해야 한다”며 “미국이 대중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주장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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