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통한 정식 대화를 진행하고 지난 수일간의 국내 상황에 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6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통해 국내 상황과 한미 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4일 계엄을 해제한 이후 한미 양국 외교라인 간 첫 정식 대화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비상계엄 발표 이후 지난 수일간의 국내 상황에 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한국 민주주의의 강한 복원력을 높이 평가하고, 향후 모든 정치적 이견이 평화롭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되기를 강력히 희망했다. 또 양 장관은 앞으로도 한미 간 각급에서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조 장관과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통화했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계엄령이 해제된 것을 환영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앞서 조 장관은 전날 오후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하고, 비상계엄 발표 후 수일간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양측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굳건한 한미동맹, 미국의 철통같은 대한 방위공약이 흔들림없이 유지되어 나가야 한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이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와 밀월 관계를 유지했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잇따라 정부를 비판하거나 경고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외교부는 부랴부랴 비상계엄 사태의 한미관계 영향에 대해 현재 미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을 취소하고 일본만 가는 등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방한을 취소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는 오스틴 장관이 가까운 시기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던 중이었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은 결국 지난 3일의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한국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오스틴 장관의 대화 상대방인 김용현 한국 국방부 장관의 사임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일본 교도통신은 오스틴 장관이 내주부터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해 미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미국 외교관들의 언어가 매우 직설적으로 변했다며 윤 정부에 대한 실망을 내비치는 수준을 넘어 인정하지 않는다고까지 해석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윤 대통령이 형편없는 오판을 했다(badly misjudged)”며 “매우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은 (계엄이) 심각하게 불법적인 과정이었다고 분명히 지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자가 동맹국 정상에 대해 ‘'오판' ‘문제' ‘불법’ 등의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정부가 비상계엄 선포를 미국 정부에 사전 통보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의 불쾌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계엄 선포 직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특정 국가의 법과 규정이 준수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히 우리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발언한 데 이어 급기야 5일(현지시간)에는 "계엄령의 발동과 그러한 조치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확실히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면서 "우리가 한국과 맺고 있는 파트너십은 태평양 양쪽(한미)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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