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한국 정상외교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외교 업무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외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6일 외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탄핵소추안 가결 시 대통령 직무정지로 인해 정상외교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내부적으로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주요국과의 정상외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 한 총리의 임기가 한정되게 되고 새로운 정책을 내기가 부담스러워 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각국 역시 중대한 외교 사안을 한국과 논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국가는 권한대행이 실제 정상의 ‘격’에 맞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상외교는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외국 정상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권한대행과 중요한 협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도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는 조현동 주미대사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 파견해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조기 회동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주요 외교 현안 대응에 차질이 우려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맹 무임승차론' 제기로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 확장억제 정책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트럼프 인수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미·북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정부의 외교 성과로 꼽히는 한·일 관계 개선도 위기를 맞았다.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사도광산 문제 등 과거사 갈등이 재점화됐다. 다음달로 예정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방한도 불투명해졌다.
한·중 관계 역시 변수다. 최근 개선 조짐을 보였으나 윤 대통령이 직접 합의한 한·중 FTA 2단계 협상 등의 지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처럼 주요국 대사들을 초치해 "외교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국내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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