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주요 도시를 점령하는데 성공한 반군의 수장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전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군은 독재 정권을 끌어내고 제도에 기반한 정부를 수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반군의 핵심 세력인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의 지도자 아부 모하마드 알 골라니는 6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혁명의 목표는 이 정권의 타도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과거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간부로 미군에 체포된 이력도 있는 그는 시리아 내 비공개 장소에서 인터뷰에 응하며 반군이 시리아를 장악하면 근본주의적 이슬람 국가를 세울 것이라는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아사드 정권을 몰아낼 경우 반군 역시 무장 단체가 아닌 "통치 체제, 기관 등의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리아는 한 명의 통치자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 제도적 통치 시스템을 가질 자격이 있다"면서 "우리는 더 큰 프로젝트, 즉 시리아 재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TS는 언제든 해체될 수 있다"며 "HTS는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이 정권에 저항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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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71년부터 53년째 독재를 이어오는 아사드 정권에 대해 "아사드 정권은 언제나 패배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었다"면서 "이란이 정권을 되살리려고 시도해 시간을 벌었고, 나중에는 러시아도 정권을 떠받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이 죽었다는 진실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2016년 알카에다와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기 전까지 '그림자' 속에서 암약하던 알졸라니는 이번 인터뷰에서는 전과 다른 현대적인 면과 자신감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CNN은 전했다. 또 알졸라니는 처음으로 자신의 예명인 알졸라니 대신 본명인 '아흐메다 알 샤라'를 사용하는 등 이미지 변신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반군이 남쪽으로 진격하고 있지만 반군 점령 지역 민간인들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면서 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식 통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잘못 구현된 것을 보았거나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 소수 민족 역시도 자신들의 통치 아래에서 안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졸라니는 "혼란의 시기에 특정 개인들이 그들(소수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가 일부 있었지만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며 "누구도 다른 집단을 삭제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이 종파들은 수백 년 동안 이 지역에 존재해왔으며 누구도 이들을 제거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시리아 반군의 핵심 세력인 HTS는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연계 조직으로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자바트알누스라)을 전신으로 하는 단체다. 설립 초기에는 과격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조직의 성향을 보였으나 2016년 알졸라니가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미국은 2018년 HTS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1000만 달러(약 142억10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있다.
HTS의 테러단체 지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해온 알졸라니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알카에다에 동조한 것은 과거의 일이라면서 연관성을 재차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 이력에 대한 질문에 "20대의 사람은 30대, 40대, 그리고 50대 때의 사람과는 확실히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된다"면서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것은 "정치적이며 부정확한 꼬리표"라면서 HTS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지하디스트 단체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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