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동맹·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인도태평양 방문 일정에서 한국을 건너뛰고 이달 7일 일본만 찾을 예정이라고 미 국방부가 5일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당초 한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방한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 조태열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 동맹 지지를 거듭 확인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내부의 이상 기류는 뚜렷하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4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매우 불법적인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도 연기된 상태다.
미국의 ‘코리아 패싱’은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정부를 바라보는 바이든 행정부의 시각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안보의 핵심 동맹인 미국 측에 사전 통보도 없이 계엄령을 선포한 데 대한 불쾌감과 가치연대 주요 파트너의 ‘민주주의 일탈’에 대한 충격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도가 약화됐다.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면서 한국의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에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북러 군사동맹이 복원되고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 도발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와 평화를 지키려면 자주 국방력과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한미 동맹 기반을 굳건히 만들려면 법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계엄 사태의 책임을 묻고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의 정국 불안과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 변수가 동맹을 위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 국무부의 논평대로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를 초월하는 동맹’이 되려면 양국의 지도자나 정권의 성격에 관계없이 법치와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해 흔들림 없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확고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3각 공조와 서방국들과의 가치연대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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