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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언어정담] 서울의 겨울, 이 혹독한 겨울에 맞서

작가

계엄군 물러나게 한 건 시민의 힘

한 사람 한 사람 용기 권력보다 강해

깨어있는 마음 모여 민주주의 지켜





2024년 12월 3일 밤의 대혼란을 우리는 결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 어떤 비상시국도 아닌 상황에서 국민이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 백척간두 위기에 선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계엄’이라는 말에 집단적 트라우마를 지닌 국민들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비상계엄 소식을 듣는 순간 ‘죽음’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은 1980년 광주의 트라우마이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권력의 눈 밖으로 밀려나는 순간 나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본능적 공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공포를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믿음이 이겨내고 있다.

12월 4일 새벽 국회의사당 앞. 시민들이 계엄군과 대치하고 있었다. 계엄군에게 돌아가라며 간곡하게 설득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계엄군의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그들의 당혹스러운 눈빛만은 누구라도 알아볼 수가 있었다. 왜 이런 걸 우리가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눈빛. 우리는 그런 잔인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듯한 간절한 눈빛. 비상계엄이라는 상황 자체를 납득하기 어려운 우리 모두의 눈빛이었다.

우리는 무장군인이 국회 본청에 진입하고 계엄군이 야당 대변인에게 총구를 겨누는 참상을 목격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들은 용감했다. 그들은 계엄군을 설득하여 어떤 폭력에도 가담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계엄군은 마침내 물러났다. 5만 원이 넘는 택시비를 내고 안산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까지 달려온 시민까지 있었다. 깨어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없었다면 전 세계가 놀란 이 신출귀몰한 비상계엄 해제 작전의 성공은 불투명했을 것이다.

하워드 진은 말했다. 우리의 반대편에는 돈과 권력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 편에는 온 세상 사람들이 있고 돈이나 무기보다 더 커다란 힘, 진실이 있다고. 진리는 그 자체로 힘을 가지고 있다. 예술도 그 자체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고 있는 모든 선택이 그 자체로 소중한 힘을 가지고 있다. 두려움조차 잊은 채 계엄군의 총구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외친 한 사람의 힘. 계엄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른으로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더 인간다운 선택을 조언했던 모든 시민들의 힘이 우리를 지켜주었다.

바로 그것이다. 그 어떤 정부도 억누를 수 없는 권력, 그것은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깨어 있는 마음이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꾸는 기적을 우리는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 나 한 사람의 힘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내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낼 것이다.

시인은 시의 힘으로, 음악가는 음악의 힘으로, 화가는 그림의 힘으로, 엄마는 엄마의 용기로, 청년은 청년의 열정으로, 이 엄혹한 민주주의의 겨울에 맞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용기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하나씩의 별이 되고, 그 모든 용기의 별자리들이 모여 끝내 세상을 지키는 아름다움의 바리케이드로 솟아오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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