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전국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진행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7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열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엄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라며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전했다. 향후 국정 운영을 국민의힘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담화는 2분가량 진행됐다. 이에 시민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 모(32) 씨는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 담화를 지켜봤는데, 진동벨이 울리기도 전에 담화가 끝났다”라며 “전국을 혼란에 빠뜨리고도 2분가량의 성의 없는 사과로 무마하려 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민 박 모(45) 씨는 “뉴스를 틀어 놓고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기 위해 냄비에 물을 올리려 잠시 주방에 다녀왔는데, 담화가 끝났다”라며 “라면 봉지는 뜯지도 못했는데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도 담화에 대해 비판 일색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에서 온 김 모(24) 씨는 “담화문을 보고 ‘이게 사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30대 조 모 씨는 “솔직히 담화에서 나온 발언을 믿을 수 없고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믿고싶지 않다”라며 “이미 그들의 행동이 신뢰를 잃게 만들었는데 관련자와 동조 세력을 모두 처벌해야지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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