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만 되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표를 구걸하더니, 정작 본인들은 투표도 안 한다니 정말 역겹습니다.”
7일 오후 9시 26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이 ‘투표 불성립’으로 끝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여의도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거부하며 퇴장해 정족수인 200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원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오후 9시 26분까지 투표 종료 선언을 미뤘지만, 여당 측에서는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 3명만 투표를 진행했다. 선거철이 돌아올 때마다 어깨에 띠를 둘러메고 나와 “국민의 권리인 투표권을 행사해 달라”고 호소하던 정치인들이 투표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시민들은 “반대를 하더라도 투표는 했어야 한다”며 분노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윤 모(57) 씨는 “말할 것도 없이 참담하다. 국민의 대표로서 한 일을 거부한 것”이라며 “국민들은 야외에서 추위에 떨며 탄핵을 외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반대를 하더라도 투표장에 들어는 가야했지 않나”고 외쳤다.
자택에서 TV로 국회 상황을 초조하게 보던 강 모(33) 씨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완전히 무시한 행위”라며 “당연히 정치 진영에 따라 탄핵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고 아쉽긴 하지만 반대표를 던져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회의원이 투표 행위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을 뽑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표결을 앞두고 여의도 현장에는 오후 4시 4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0만7000명이 몰렸다. 경찰은 교통경찰 230명 등을 경찰력을 현장에 파견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는 인파가 몰리자 혼잡 해소 시까지 한 때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양방향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이날 탄핵소추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향후 도심권과 여의도 등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 또한 추가 탄핵을 추진하는 한편, 수사기관은 이달 3일 선포된 계엄과 관련해 고발장 등을 접수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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