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오기업 PTC가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약 4조 원 규모의 기술을 수출했다. 미국 의회에서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으로 미중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국과 중국의 바이오사들에 대한 투자는 확대하고 있는 양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PTC 테라퓨틱스는 노바티스와 최대 29억 달러(4조 1000억 원) 규모의 희귀 신경장애 치료제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티스는 헌팅턴병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PTC의 후보물질인 PTC518에 대해 총 계약금의 절반 수준인 10억 달러(1조 4000억 원)의 선급금(upfront)과 최대 19억 달러(2조 7000억 원)의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을 지급할 예정이다.
미국 블룸버그와 딜포마 등에 따르면 노바티스와 같이 올해 중국산 신약에 대한 라이선스를 확보하거나 인수합병(M&A)을 진행한 주요 제약사는 7곳에 달한다. 현금과 자본을 선지급하는 등 집행된 투자 규모만 해도 31억 5000만 달러(약 4조 4200억 원)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오는 2030년까지 중국에 10억 달러(1조 4000억 원)를 투자해 신약 출시 속도를 높이고, 협업을 통해 현지 바이오텍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 첫 단계로 화이자는 새로운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중국 바이오기업인 맙웍스 및 키노 바이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노피는 현지 투자도 진행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 경제기술개발 구역에 10억 유로(1조 4900억 원) 규모의 인슐린 제조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노피가 중국에 설립하는 4번째 생산기지이며, 가장 큰 규모의 투자에 해당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생물보안법 추진과는 별개로 중국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중국의 생명과학 분야가 획기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바이오사들은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런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후보 물질 개발 상위 10개 글로벌 기업 중 5곳이 중국계 바이오벤처다. 차이나카티셀에 따르면 전 세계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임상시험의 51%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2020년까지 10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중국산 치료제는 총 5개다. 이 중 혈액암 치료제인 ‘브루킨사’와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 사용되는 세포 치료제인 ‘카비크티’는 임상 효능이나 판매량에서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외국 제약사의 아웃소싱 허브이자 이미 시판 중인 의약품을 모방한 ‘유사약품’(me-too drug) 생산지로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라며 “지금은 여러 첨단 산업을 지원하는 정부 이니셔티브에 힘입어 진정으로 새로운 치료제를 발굴하는 주요 사냥터로 변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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